"조직원들이 흔들리지 않게 단호해야 한다"
"성과는 결국 리더의 몫이다."
회사 리더십 교육에 가면 늘 듣는 이야기들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리더가 매번 답을 내려주다 보면 팀원들은 점점 질문을 멈춥니다. 스스로 고민하기보다 리더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결국 팀은 리더의 손발처럼 움직일 뿐 스스로 살아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시장이 바뀌는데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리더십으로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지휘자는 왜 한 음도 연주하지 않을까?
저는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리더십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꾸 오케스트라가 떠오릅니다.
오케스트라 무대를 떠올려 보세요. 지휘자는 무대 중앙에서 단 한 음도 연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전체 음악은 그의 손끝에서 시작되죠. 지휘자가 하는 일은 단 하나,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오늘 연주할 곡이 무엇인지, 어떤 해석으로 풀어낼 건지, 빠르기를 어떻게 가져가고 어디에서 감정을 폭발시킬 건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실제로 소리를 내는 건 연주자들입니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타악기... 각자 자기 파트를 맡고, 그 안에서 완전히 몰입합니다.
지휘자는 그 몰입을 이끌어내는 존재일 뿐입니다. 만약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려 한다면 음악은 절대 완성되지 않겠죠. 리더는 방향을 보여주고, 구성원은 자기 강점을 발휘하며 몰입할 수 있어야 진짜 하모니가 만들어집니다.
보스와 코치, 무엇이 다른가
보스형 리더십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이렇게 해, 저건 저렇게 해." 마치 지휘자가 직접 바이올린을 켜고, 드럼을 두드리고, 피아노를 치는 꼴입니다.
반대로 코칭형 리더십은 이렇게 묻습니다. "이 파트를 더 아름답게 만들려면, 네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곡의 분위기와 맞추려면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보스는 통제하지만 코치는 몰입하게 만듭니다. 보스는 답을 주지만 코치는 질문을 던집니다. 보스는 팀을 따라오게 하지만 코치는 팀이 스스로 걸어가게 합니다.
자유방임이 아닌 방향 제시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코칭형 리더십이 아무 방향도 없는 자유방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 악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연주자들이 각자 최선을 다해도 그 결과는 혼돈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리더는 조직의 비전과 목적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리더가 코치로 변한다는 것은 방향은 내가 책임지고 제시하되, 그 길을 가는 방법은 구성원 스스로 찾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리더이면서 코치인 사람의 진짜 힘입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변화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지시" 대신 "질문"을 한 번 던져보세요.
예를 들어:
-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하자" 대신 → "이 목표를 더 잘 달성하려면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까?"
- "이 부분은 네가 책임져" 대신 → "이 프로젝트에 어떤 강점을 사용해볼 수 있을까?”
이런 질문 하나가 팀원의 몰입을 이끌고,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듭니다. 그 순간 팀은 단순히 '리더의 손발'이 아니라 자기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멤버가 됩니다.
리더십을 음악에 빗대어 보니 참 선명해집니다. 리더는 지휘자입니다. 곡(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고, 몰입해서 연주하는 것은 구성원의 몫입니다.
리더가 코치로 서게 될 때, 팀은 단순히 "시키는 대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스스로 몰입해 목적지까지 가는 팀이 됩니다.
오늘 당신은 보스로서 모든 파트를 직접 연주하려 했나요, 아니면 코치로서 팀원들이 몰입해 연주하도록 이끌었나요? 작은 질문 하나부터 시작해보세요. 그 질문이 당신의 팀을 진짜 오케스트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