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말할 수 있는 팀이 성공한다
이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회의실에 모인 개발팀 5명. 팀장이 "새로운 기능 아이디어 있으면 자유롭게 말해보세요"라고 했는데, 모두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더라고요. 그런데 회의 후 복도에서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사실 저 기능 말고 이런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맞아, 나도 그 생각했어. 근데 괜히 말했다가..."
왜 회의실에서는 입을 다물고, 복도에서만 진짜 이야기를 할까요? 혹시 여러분 팀에서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오늘은 이 문제의 핵심인 심리적 안전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지난 글에서 터크만의 4단계 중 Storming(갈등) 단계가 왜 중요한지 말씀드렸는데, 그 갈등이 건설적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거든요.
에이미 에드몬슨이 발견한 역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몬슨(Amy Edmondson) 교수는 1990년대 병원에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어요. 의료진의 실수율을 조사했는데, 예상과 완전 반대의 결과가 나왔답니다.
실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팀일수록 오히려 실수 보고율이 높았던 거예요.
처음엔 "어? 좋은 팀이 실수를 더 많이 하나?"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실력 좋은 팀은 실수를 더 많이 발견하고, 더 솔직하게 보고하고 있었던 거죠. 반면 그렇지 않은 팀은 실수를 숨기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요.
이때 에드몬슨 교수가 발견한 개념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에드몬슨은 심리적 안전감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대인관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의 상태. 실수나 질문, 우려사항을 표현해도 처벌받거나 굴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쉽게 말해 "이 팀에서는 진짜 내 생각을 말해도 괜찮다"는 느낌이에요.
중요한 건, 이게 단순히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서로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실수나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말하거든요.
구글이 증명한 심리적 안전감의 위력
구글의 유명한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어요. 구글은 4년간 180개 팀을 분석해서 "최고 성과 팀의 비밀"을 찾으려 했어요.
처음엔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모으면 되겠지"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답니다. 팀원들의 IQ, 경력, 성격 등은 성과와 별 상관이 없었어요.
대신 발견한 것은 심리적 안전감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1순위 요소라는 사실이었죠.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은:
- 실수율이 47% 낮고
- 이직률이 27% 낮으며
- 매출이 19% 높았어요
우리 팀의 심리적 안전감은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우리 팀의 현재 상태는 어떨까요? 이런 상황들을 관찰해보세요:
🔴 위험 신호들
- 회의에서 다들 "좋은 것 같아요"만 반복
- 문제가 생겨도 "제가 할게요" 하는 사람이 항상 같은 사람
-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전한" 방법만 선택
- 실패하면 원인 분석보다 "누구 책임?"부터 찾기
- 질문하면 "그것도 몰라?" 같은 반응
🟢 건강한 신호들
- "이상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하며 솔직하게 궁금증 표현
- 실수했을 때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 는 대화
-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 진짜 궁금해함
- 새로운 아이디어에 "재밌네요, 한번 해볼까요?" 반응
- 누군가 어려움을 겪으면 자연스럽게 도움 제안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여러분 팀은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터크만 4단계와 심리적 안전감의 관계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터크만의 팀 발달 4단계를 기억하시나요? 심리적 안전감은 각 단계마다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Forming(형성) 단계: 기본적인 신뢰 구축
- "여기서 질문해도 괜찮을까?"
- "실수해도 비난받지 않을까?"
Storming(갈등) 단계: 건설적 갈등의 전제 조건
- 심리적 안전감이 없으면 → 갈등 회피 또는 감정적 대립
- 심리적 안전감이 있으면 → 이슈 중심의 건설적 토론
Norming(규범) 단계: 학습하는 문화 정착
- "실패는 학습이다"는 규범 형성
- 서로 다른 관점을 존중하는 룰 만들기
Performing(수행) 단계: 혁신과 창의성 발휘
- 위험을 감수하는 새로운 시도
- 빠른 실패, 빠른 학습의 선순환
결국 심리적 안전감 없이는 진짜 Performing 팀이 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면 심리적으로 안전한 팀을 만들 수 있을까요?
1단계: 리더가 먼저 취약성 보여주기
"저도 이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실수했네요" 같은 솔직함부터 시작하세요. 리더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팀원들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해요.
2단계: 질문하는 문화 만들기
"바보 같은 질문일 수도 있는데..."라고 시작하는 말을 금지어로 정하세요. 대신 "궁금한 게 있어서 질문할게요"로 바꾸고, 질문한 사람에게는 꼭 감사 인사를 전하세요.
3단계: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시스템
실패했을 때 "누구 잘못?"이 아니라 "뭘 배웠지?" "다음엔 어떻게 할까?"를 먼저 묻는 습관을 만드세요. 일부 회사는 **"이달의 베스트 실패상"**을 만들어서 의미 있는 실패를 축하하기도 해요.
4단계: 다양성을 힘으로 만들기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을 때 "누가 맞나?" 보다는 "둘 다 맞을 수 있을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를 생각해보세요. 갈등을 피하지 말고, 다양성을 팀의 강점으로 활용하는 거죠.
이번 주 실험해볼 것들:
- 회의 시작할 때 "오늘은 어떤 실험적 아이디어든 환영해요" 선언하기
- 누군가 실수했을 때 "괜찮다, 다음엔 어떻게 할까?" 먼저 말하기
- 본인이 먼저 "잘 모르겠다" "도움이 필요하다" 솔직하게 말하기
- 회의 마지막에 "오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질문 던지기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문화가 됩니다.
안전해야 강해진다
강점 코칭을 하면서 느끼는 건, 진정으로 강한 팀은 서로에게 안전감을 주는 팀이라는 거예요. 실수를 숨기지 않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할 줄 아는 팀 말이에요.
심리적 안전감은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방임이 아니에요. 오히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함께 도전할 수 있다"는 신뢰예요.
여러분의 팀에서도 이런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 "이거 실패할 수도 있는데, 한번 해볼까요?"
-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요?"
-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 것 같아요?"
지금 여러분 팀에서 "실패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그리고 내일부터 어떤 작은 실험을 시작해보시겠어요?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팀에서 진짜 혁신이 시작됩니다. 함께 만들어가요! 💪